5세대도 가뿐히 넘긴 ‘더블 밀리언 셀러’…K-팝 음반 판매량 뒤에 남은 질문들




[일요신문] K-팝 음반 시장이 다시 큰 숫자를 앞세우고 있다. 5세대 아이돌과 대형 그룹의 컴백을 중심으로 2026년에도 밀리언셀러를 넘어 '더블 밀리언셀러' 기록까지 경신되면서 음반 판매량은 여전히 팬덤 규모와 해외 시장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로 기능한다. 다만 판매량 경쟁의 이면을 둘러싼 논란은 새롭지 않다. 랜덤 포토카드, 팬 사인회 응모권, 다종 버전 발매 등에 따른 반복 구매 유도, 대량 구매 후 일부 폐기로 이어지는 환경오염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 지적돼 왔지만 뚜렷한 개선 흐름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빅히트 뮤직의 신인 보이그룹 코르티스는 두 번째 미니앨범 '그린그린'으로 발매 첫 주 231만 3929장의 판매고를 올려 더블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 사진=빅히트 뮤직 제공 실제 최근 K-팝 음반 시장에서 5세대, 특히 보이그룹의 약진은 뚜렷하다. 하이브(HYBE) 산하 레이블 빅히트 뮤직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인 코르티스는 두 번째 미니앨범 '그린그린'(GREENGREEN)으로 한터 차트 기준 발매 첫 주 231만 3292장을 판매했다. 2025년 8월 18일 데뷔해 고작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초동 판매량 더블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것으로, 2026년 발매된 K-팝 앨범 가운데 BTS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초동 판매량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5세대 보이그룹 라이즈 역시 2025년 5월 19일 발매한 정규 1집 '오디세이'(ODYSSEY)로 발매 첫 주 179만 장을 판매하며 자체 초동 기록을 새로 썼고 동시에 세 번째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탄생한 제로베이스원과 '보이즈 2 플래닛' 출신 알파드라이브원도 데뷔 앨범부터 100만 장 판매고를 가볍게 넘기며 5세대 보이그룹 팬덤의 음반 구매력을 보여줬다. 이처럼 5세대 그룹을 중심으로 대형 초동 기록이 다시 부각되는 동시에 수출 지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물 음반 수출이 1억 2436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159%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분기 수출이 1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으로, 올해 음반 수출은 지난해 실적(3억 174만 달러)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판매량과 수출액 증가가 곧바로 음반 시장의 건강한 성장으로 해석될 수 있냐는 문제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K-팝 음반 판매는 오래전부터 단순한 음악 소비가 아니라 포토카드, 팬 사인회 등 각종 이벤트 응모권, 멤버별·콘셉트별 다중 버전 발매와 결합해 움직여왔다. 같은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해야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거나 이벤트 당첨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가 유지되면서 판매량은 팬덤 규모와 팬덤 내부 반복 구매가 뒤섞인 지표가 됐다. SM엔터테인먼트의 5세대 보이그룹 라이즈(RIIZE)도 2025년 발매한 첫 정규 앨범 '오딧세이'가 초동 판매량 179만 7267장으로 2023년 첫 싱글 앨범 '겟 어 기타', 2024년 첫 미니앨범 '라이징'에 이어 세 번째 밀리언 셀러 기록을 세웠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초동 판매량 경쟁도 이 구조를 더 자극한다. 컴백 첫 주 판매량을 가리키는 초동 판매량은 그룹의 현재 위상과 팬덤 결집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로 쓰인다. 기획사 입장에서 초동 기록은 언론 보도, 해외 프로모션, 투자자 설명에 활용될 수 있고, 팬덤 입장에서는 기록 달성이 곧 그룹의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이 과정에서 앨범은 음악을 듣기 위한 물건이라기 보다 순위와 기록을 만들기 위한 구매 단위가 된다. 반복 구매 이후 남겨진 앨범은 환경오염 문제로도 이어진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환경부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음반 판매량이 2021년 5807만 장에서 2022년 7626만 장, 2023년 1억 546만 장으로 매년 31~38% 증가하는 동안 연도별 폐기물 부담금은 2021년에 105.5%, 2022년에 101.1% 증가하다 2023년에는 1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의원실은 2023년 기준으로 음반 판매량이 1억 장을 넘기면서 CD만으로도 1983톤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멀티 레이블 형태로 운영되며 다수의 아티스트를 보유한 하이브의 경우 연도별 플라스틱 배출량이 2019년 116톤에서 2023년 1405톤으로 1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박정 더불어민주당이 환경부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는 직전 연도인 2022년 729톤과 비교해도 92% 늘어난 수치다. 음반 판매량이 팬덤 규모와 시장성을 보여주는 성과 지표로 활용되는 사이 그 이면의 폐기물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속가능한 케이팝을 원하는 팬들이 모인 기후운동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이 2024년 9월 4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하이브 본사 앞에서 케이팝 업계의 환경 보호 노력을 촉구하는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Plastic Album Sins) 캠페인의 일환으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업계도 이런 비판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기획사는 재생 소재 사용, 친환경 패키지, QR형 앨범, 플랫폼 앨범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가장 크게 지적됐던 하이브는 2024년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의 데뷔 앨범 '슈퍼 리얼 미'부터 '친환경 위버스 앨범'으로 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앨범을 포장하는 비닐은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생분해 가능 소재로 교체하고, 플라스틱 재질인 QR카드도 지류로 바꿔 생산하겠다는 것이 하이브 측의 설명이었다. SM엔터도 2025년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음반 제작과 공연장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음반·MD 제작, 아티스트 의상 업사이클링 전시 등을 주요 환경 활동으로 소개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음반 제작 과정에서의 플라스틱 사용 저감 및 재활용 소재 도입 검토를 단기 환경 전략 계획으로 삼고, 장기적으로는 유통망 내 친환경 운송수단 도입 및 산업 내 협력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핵심 판매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변화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따른다. 포토카드 랜덤 구성, 팬사인회 응모권, 초동 판매량 경쟁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소재만 일부 바꾸는 방식으로는 폐기물 문제를 줄이는 데 여전히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음반 판매량은 여전히 팬덤 규모와 시장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로 쓰이지만 팬 한 명의 반복 구매가 판매량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어 '상술 마케팅'으로 비판받는 현재의 판매 구조에서는 그만큼 남는 앨범의 처리 등 문제와 환경 부담도 함께 커지게 된다"며 "단순히 소재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반복 구매를 전제로 한 판매 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하지만, 초동 판매량이 그룹의 성과를 가르는 핵심 지표처럼 소비되는 상황에서 엔터사들이 이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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