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한 유명인이 음주 후 운전 사고를 내고 남긴 말,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오늘날까지도 책임 회피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요즘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모습을 보면서 이 오래된 변명이 자꾸 생각납니다. 하나의 앱으로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그 안에서 생기는 데이터 관리나 정확성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책임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이중적인 태도 때문입니다.
토스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하나의 앱’ 전략입니다. 돈 보내기, 결제, 은행 업무, 주식 거래까지 모두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핵심 강점으로 삼았고, 사용자들은 그 편리함에 빠르게 익숙해졌습니다. 덕분에 토스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쓰는 금융 앱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통합’이 책임 영역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최근 드러난 토스은행과 토스증권 사이의 환율 정보 불일치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같은 토스 앱 안에서 제공되는 환율 정보가 서로 다른데도, 토스 측은 “각 회사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금융당국의 독립 경영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편리함은 하나의 앱으로 강조하면서, 데이터 혼란에 대한 책임은 각 회사의 독립성 뒤로 숨는 구조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앱을 쓰고 있는데, 문제가 생기면 각 회사 영역이라는 이유로 책임이 나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술(하나의 앱 서비스)은 팔았지만 운전(데이터 관리) 책임은 각자 알아서”라는 말과 다를 게 없습니다.
금융 당국도 이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데이터 정확성은 서비스 제공의 영역이기도 하다”며 “이용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환율 데이터를 통합하는 등 1차 책임은 회사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국의 독립 경영 원칙 뒤에 숨어 “법대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엔 이미 토스의 규모가 너무 커졌습니다. 그에 맞는 책임과 기준이 필요한 단계에 들어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토스는 현재 국내외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며 ‘인공지능 기반의 믿을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을 기업 가치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뢰는 기능의 편리함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책임지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식의 변명이 통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하나의 앱을 내세운다면 책임 또한 하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