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수장을 지낸 이창용 총재가 20일 4년의 재임 기간을 마무리하며 자신의 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국가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며 정책을 펼쳤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다만 중앙은행 수장이라는 자리 특성상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정했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퇴임식 이후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임기에 학점을 매긴다면 어떤 점수를 주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성적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공정한가”라며 점수 매기기를 거부했다.
“제 정책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지나치게 많은 말을 한다고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통화 정책은 특히 어떤 결정을 내리든 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죠.”
금리 동결, 딜레마가 아니라 최선의 선택
작년 7월부터 계속된 금리 동결에 대해 ‘딜레마에 빠졌다’는 일각의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딜레마라는 표현은 현재 상황이 최적이 아닌데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금리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결정입니다.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현 상황에서는 금리를 변동시키지 않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후임에 대한 당부
퇴임 이후에는 연구 활동뿐만 아니라 언론 등을 통해 경제 평론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을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후임 후보자에 대해서는 “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에게 어떻게 조언을 드리겠습니까”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지난 4년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기억에 남는 순간들
이임사에서 그는 “지난 4년은 예상 범위를 끊임없이 넘어야 했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2024년 말 비상계엄 사태 직후를 가장 인상 깊은 순간으로 꼽았다. “그때 정말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해외에서 오래 일했던 경험과 인맥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는 2024년 중반 금리 인하로 전환하기 직전을 언급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가계 부채 증가를 우려해 금리 인하 시기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었고, 외부에서는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부동산 문제 해결에 대한 마지막 당부
임기 중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마지막까지 강조했다.
“한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정책으로 부동산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합니다.” 과도하게 높은 집값이 저출산, 사회 갈등, 생산적 투자 위축 등의 문제를 일으켜 국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