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투자 늘면서 달러 보유 열풍 다시 불어
요즘 환율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잠시 주춤했던 달러 예금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환율 변동으로 수익을 내는 이른바 ‘환테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작년 말 국내에서 개인과 기업, 금융회사 등이 새로 사들인 외화 자산 규모는 약 4조9200억원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이 수치는 달러 같은 외화를 얼마나 많이 새로 매입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포함된 가계 부문에서 외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서 달러를 사는 부담이 줄어들자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위한 대기 자금도 함께 늘어나는 모습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4년에는 1121억 달러였던 보관 금액이 작년에는 1635억 달러로 약 46% 늘었고, 올해는 4월 중순 기준으로 이미 1931억 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2년간 보관 금액이 약 72%나 급증한 셈이다.
이는 달러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미국 투자를 위해 달러를 미리 준비해두려는 수요가 살아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은행들도 외화 상품 경쟁 본격화
시중 은행들도 환테크 수요를 겨냥해 외화 상품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환율 우대 혜택을 늘리고 외화 적립식 예금과 자동 환전 서비스를 강화하며 고객 유치에 힘쓰는 분위기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중순부터 외화 정기예금 금리를 올렸다. 만기 1개월 이상 상품은 연 2.95%에서 연 3.00%로, 3개월 이상 상품은 연 2.98%에서 연 3.03%로 각각 인상했다. 외화 통장을 통해 가입하면 금리가 더 높아져 각각 연 3.15%, 연 3.18%가 적용된다.
농협은행은 외화 예금 비대면 서비스를 대폭 확대했다. 지난달부터 개인과 기업 고객 모두 영업일 오전 9시부터 밤 11시 50분까지 비대면으로 외화 예금 가입이 가능해졌다. 법인 고객도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으로 외화 계좌를 바로 열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는 달러를 단순히 환전 용도가 아닌 ‘현금 자산’으로 보유하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하고 중동 등 지역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개인 고객들의 달러 예금 문의와 외화 적립식 상품 가입이 다시 늘고 있다”며 “과거처럼 단기 환차익만 노리기보다는 자산 분산과 미국 투자를 목적으로 달러를 보유하려는 수요가 함께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