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강일동에 위치한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장기 전세로 거주하던 주민들이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2027년 계약 만료를 앞두고 분양 전환이나 계약 연장을 요구하며 서울시를 압박하고 나선 것입니다.
문제가 된 주택 제도는 ‘시프트(SHift)’라 불리는 공공 임대 주택으로, 2007년 당시 시장이었던 오세훈이 도입했습니다. 주변 전세 가격의 80% 이하 보증금으로 입주해 2년마다 재계약하면서 최대 20년까지 살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SH공사가 공급을 담당했으며, 보증금 인상은 2년마다 5% 범위 안에서만 가능했습니다. “아파트는 소유가 아닌 거주 공간”이라는 새로운 주거 개념을 내세웠지만, 이제 임대 의무 기간이 끝나가면서 2027년부터 만기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서울시는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매년 약 400가구씩 신혼부부 대상 장기 전세 주택으로 다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집단 행동에 나선 단지는?
이번에 집단으로 움직인 곳은 강일리버파크와 강일(고덕)리엔파크입니다. 2009년에 완공된 이 두 단지는 각각 6,756가구와 7,048가구 규모로, 강동구 동북부를 대표하는 초대형 아파트 단지입니다.
SH공사가 사업을 진행했고, 일부 물량이 시프트로 공급되면서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입주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2027년부터 차례대로 임대 기간이 끝나게 됩니다.
“10억짜리 집에 사는데 3억만 받고 나가라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강일리버파크·강일리엔파크 입주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만기를 앞둔 시프트 입주민들이 분양 세대 주민들에게 연대를 요청하는 내용입니다.
안내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2007~2009년 서울시는 ‘시세 23% 보증금으로 20년 안정 거주’라는 시프트 정책을 실시했고, 저희는 그 약속을 믿고 강일동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2027년부터 만기가 되면 현재 시세 10억원인 집에 살던 전세 세대는 보증금 3억원만 돌려받고 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보증금 3억원으로는 같은 단지 안에서 재계약도 불가능해서 수백 가구 이상이 동시에 퇴거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네 가지
이들이 서울시에 요청한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무주택 실수요자의 재계약 보장 (보증금은 시세의 80%까지 현실화)
• 20년 거주자에게 감정 평가 기준 분양 전환 기회 제공
• 만기 세대를 위한 저금리 이주 대출 및 공공 전세 연계
• 새로운 정책 수립 시 분양·전세 대표자 공동 참여
“분양 세대도 함께 나서야”
입주민들은 “이 문제는 장기 전세 입주민만의 일이 아니라 분양 세대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분양 세대를 향해 단지 가치 하락 우려를 앞세웠습니다.
“장기 전세 수백 가구가 한꺼번에 퇴거해 빈집이 되면 단지가 황폐화되고 실제 거래가격이 급락할 위험이 큽니다. 안정적인 거주가 유지되어야 단지 가치도 지킬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주거 혼합 사례로 남아야 단지 집값도 오릅니다. 퇴거와 갈등의 단지로 전락해서는 안 됩니다.”
이들은 또 “저희는 임대 거주민이 아니라, 같은 동 대표를 뽑고 여러분과 아이를 함께 키운 20년 이웃“이라며 “‘강일동 장기 전세 시프트 대책위원회’를 함께 만들어 서울시에 단지 전체의 해결책을 요구하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지킬 수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서울시는 “분양 전환 불가” 입장
서울시는 분양 전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해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존 장기 전세 주택 입주자들은 20년 동안 낮은 주거비로 자립 기회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입주한 것입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하며, 장기 전세 주택과 미리내집은 설계 자체가 다릅니다.”
시프트는 계약서에 분양 전환되지 않는 임대 주택임을 명시하고 있어, 제도 변경 없이는 분양 전환이 어려운 구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