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는 100% 인재”… 전문가, ‘철거작업 매뉴얼’ 마련 촉구





전문가들 “붕괴는 명백한 인위적 사고”

세 명의 전문가가 입을 모아 이번 고가도로 붕괴를 관리 감독 부실과 안전 의식 결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위적 사고로 규정했다.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은 “해체 현장은 시공사, 계획서 작성 업체, 감리 중 어느 하나라도 제 역할을 못하면 사고가 발생한다”며 “약 3센티미터의 변형은 즉시 붕괴될 수 있는 수준인데도 초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안전 의식 부재”라고 강조했다.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안전 점검 시작 시점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철거는 나무를 베는 것처럼 약해진 부분에서 어느 방향으로 무너질지 예측하며 진행해야 안전한데, 이유 없이 침하가 발생했다는 것은 붕괴 방향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라며 “침하 발견 즉시 안전 조치 후 점검을 실시했어야 하는데, 붕괴가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12시간 후에야 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산업현장교수단 소속 교수는 절단 공법 자체보다 작업 방식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교량 상부를 받치는 거더가 28미터 길이인데, 이를 그대로 들어 내리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노후화된 구조물이므로 10미터 단위로 절단해서 내렸다면 더 안전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붕괴 사고와 유사한 패턴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서 과거 발생했던 두 차례 붕괴 사고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세종포천고속도로 교량 붕괴와 울산화력발전소 구조물 붕괴가 그것이다. 철근 콘크리트 같은 재료는 외부 힘이 커지면 점진적으로 변형되지 않고 균열이 급격히 퍼지며 파괴되는 ‘취성 파괴’ 특성을 지니는데, 두 사고 모두 이런 특성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계획보다 조금만 더 큰 균열이 발생해도 전체 구조물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사고가 이미 두 번 있었지만, 이를 통한 학습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 울산화력발전소 사고는 구조물 강도가 설계 기준에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취약화 작업이 이뤄졌고, 강도 대비 과도한 절단량으로 붕괴가 발생했다는 국립과학수사원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종포천고속도로 사고 역시 한쪽으로 쉽게 기울어질 수 있는 거더를 막기 위한 전도 방지 장치가 제거된 상태였으며, 감리 과정에서도 이를 발견하지 못한 인위적 사고였다.

이번 사고 또한 균열이 과도할 때 붕괴될 수 있는 취성 파괴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관리 감독도 부실했다는 점에서 과거 두 사고와 유사한 원인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철거 과정 표준 지침 마련이 시급

이번 사고의 가장 큰 특징은 공사 중이 아닌 위험 여부를 판단하는 안전 점검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안전 점검 중 구조물이 붕괴돼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안전 점검을 포함해 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에 대비한 표준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유사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한 전문가는 “해체는 철저하게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므로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보강 계획이 있어야 하고, 붕괴 시 2차 붕괴가 생기지 않도록 표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붕괴 전후 상황을 모두 고려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고 발생 전에는 단차가 주저앉았을 때 즉시 안전 점검에 착수하도록 하는 내용이, 사고 후에는 인근 교통이나 보행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 방법이 포함된 지침이 마련돼야 사고 예방은 물론 사고 발생 시에도 빠른 복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 점검 인력을 위한 별도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교수는 “건설 근로자에 대한 안전 지침은 마련돼 있지만 점검 요원의 안전을 위한 지침이나 교육은 거의 사각지대”라며 “현재까지 안전 점검은 구조물에 사람이 바로 들어가 상태를 확인하고 보강 방법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드론이나 로봇을 먼저 투입하거나 계측 장비를 설치해 외부에서 먼저 안전을 점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새롭게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