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전자회사의 최대 노동조합이 반도체 부문과 그 외 부문을 나눠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앞으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만약 노조 측에서 제시한 분리 협상 방침이 ‘협상 단위를 나누어 달라’는 공식 요구로 확대될 경우, 법적인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분리 협상 자체는 실무적으로 가능하지만, 하나의 노조가 협상 단위 분리를 신청한 사례가 없어서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사 및 노무 전문가들은 이번 움직임이 비반도체 부문 조합원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노조의 조직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 분리 협상 제안의 배경
해당 노조는 최근 임금 및 단체 협약을 체결한 직후, 반도체 부문과 비반도체 부문을 분리하는 ‘두 개의 트랙으로 나눈 협상 체계’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의 성과급만 집중적으로 챙긴다는 내부 비판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노사 간 임금 협약을 살펴보면, 메모리 사업부에 한정해서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 경영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이 경우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1인당 평균 약 6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지만, 비반도체 부문 직원은 약 600만원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내용의 잠정 합의안이 공개되자, 비메모리 사업부 및 비반도체 부문 소속 조합원들이 빠르게 이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다른 노조로 옮겨갔으며, 일부는 비반도체 부문 조합원들로 구성된 새로운 노조를 선택했습니다.
대규모 조합원 이탈과 노조 간 갈등이 심화되자, 최대 노조는 ‘두 트랙 협상 체계’를 내놓았습니다. 앞으로 협상은 노조 내에서 반도체 부문과 비반도체 부문을 분리해, 각 부문의 특수성과 현안을 반영할 수 있도록 집행부를 나눠 운영하겠다는 설명입니다.
🔹 전문가들의 의견
문제는 노조가 제시한 ‘두 트랙 협상 체계’가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지에 따라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노조 내부에서 협상을 부문별로 분리 대응하겠다는 방침과, 노동조합법에 따라 협상 단위를 분리한다는 주장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분리 협상 자체는 회사도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협상 실무상으로도 분리 협상은 흔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 대형 법률 회사의 변호사는 “협상 1회차에는 반도체 부문을, 2회차에는 비반도체 부문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면 되는 기술적 문제여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대학 교수도 “노조의 두 트랙 협상 요구를 이유로 단체 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협상 거부라고 보기 어렵다”며 “하나의 노조가 협상을 진행해서 적용 단위별로 단체 협약을 두 개 또는 세 개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협상 단위 분리 요구 시 예상되는 공방
하지만 노동조합법상 규정된 ‘협상 단위 분리’ 문제로 불거진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과반 노조가 굳이 협상 단위 분리를 신청할 실익이 없기 때문에, 단일 노조가 회사 내 부문별 협상을 위해 협상 단위 분리를 신청한 사례도 없는 상태입니다.
노동조합법은 협상 대표 노조를 정해야 하는 협상 단위를 원칙적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격한 근로 조건 차이, 고용 형태, 협상 관행 등을 고려해 협상 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법원도 협상 단위 분리를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협상 단위를 분리하려면 별도로 단체 협상을 진행해야 할 만큼 현격한 근로 조건 차이 등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한 노무 법인 대표는 “하나의 노조는 하나의 협상 주체이고, 부문별 협상은 내부 위임 형태로만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회사 입장에서의 협상 단위 분리
회사 입장에서는 단일 노조의 사업 부문별 협상 단위 분리 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노동조합법상 협상 단위 분리 신청이 제기될 경우 판단 주체는 노동위원회가 됩니다.
다만 협상 단위를 나눠서 노조 영향력을 줄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작용할 때는 회사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노조는 조합원 수가 많을수록 재정적 여유가 생기고 협상력도 강화됩니다.
비반도체 부문만 떼어내는 협상 단위 분리가 받아들여질 경우, 회사는 비반도체 부문에 한해 7만여 명 규모의 최대 노조 대신 1만여 명 규모로 비교적 작은 노조를 상대하면 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 차질 같은 위험도 줄일 수 있습니다.
최대 노조가 비반도체 부문 협상 과정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해 파업을 하게 될 경우, 반도체 생산 라인도 멈춰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협상 단위가 분리된 상황에서는 비반도체 부문에서만 생산 차질 위험이 발생할 뿐, 반도체와는 무관한 일이 됩니다.
한 노무 전문가는 “회사가 부문별 협상 단위 분리 구조를 수용한다면, 그것은 분할 협상이 사용자에게 가장 유리한 구도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대 노조가 ‘분리 협상’ 카드를 꺼낸 이유를 두고, 노조를 이탈한 비반도체 부문 조합원들을 다시 끌어모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공지를 보면 집행부를 분리하고 비반도체 부문에서 3명을 배치하겠다는 내용이 확인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협상을 분리해서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지도부를 두 개로 만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협상 단위 분리는 현 시점에서 가능한 일이 아닐 텐데, 신청을 할 수는 있겠지만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