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표를 떼어내고 한 사람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어떻게 대할지가 아니라, 사람인 내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할지로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최근 출간된 장편 소설은 한국의 비닐하우스에서 7년째 일하는 미얀마 여성 노동자 샤빼가 캄보디아 출신 친구에게 보내는 긴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사회 가장자리로 밀려난 사람들의 삶을 글로 담아온 작가는, 이번에는 농촌 딸기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시선을 돌렸습니다. 작가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이들은 ‘뿌리 뽑힌 사람들’입니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뿌리째 뽑혀 나와 낯선 땅의 허공에 놓인 사람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국경을 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돌아가는 일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머무는 동안 가족 구성원은 바뀌고, 떠나온 집에는 다른 가족이 들어와 살기도 합니다. 내전과 군부 통치가 이어지는 곳에서는 귀국 자체가 위험천만한 일이 되기도 합니다.
“곧 돌아가겠다고 약속하고 왔을 텐데, 과연 약속한 시간에 돌아가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돌아간다 해도 몸만 돌아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소설 속 딸기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노동이자 빚이며, 송금이고, 몸을 묶어두는 힘입니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 따야 하지만, 따는 동안 자신의 몸은 조금씩 닳아갑니다.
딸기 따는 여성이라는 존재가 왜 여기 있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제목에 ‘이론’이 붙은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작가는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경계했습니다. 혐오와 차별은 물론이고, 안쓰럽고 불쌍한 존재로만 보는 태도 역시 문제라는 것입니다.
“감정적으로 불쌍한 존재로만 바라보는 것도 폭력적인 시선일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을 외국인 노동자로만 보면 선입견이 먼저 끼어듭니다.”
소설이 끊임없이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름표를 걷어냈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이 가진 삶의 결이 보인다고 강조합니다.
작품의 출발점에는 한 번의 목격이 있었습니다. 수년 전 여름, 길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한 조선소 노동자의 얼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영혼이 날아가 버린 것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계속 남아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을 더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한 사람의 삶은 여성의 몸과도 연결됩니다. 첫 장의 제목은 ‘자궁’입니다. 개인의 삶을 단순히 개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가족과 국가의 역사 속에서 찾아갑니다.
“엄마를 따라 간 수산시장에서 매일 붕어 살점을 발라냈듯, 샤빼의 삶은 가장 가깝게는 엄마의 삶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계속 묻고 물으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 소설입니다.”
작가는 소설이 품은 질문이 읽는 이에게도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소설 안에서 했던 질문들을 독자들도 하게 된다면, 결국 나 자신이라는 사람에 대한 질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