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10년을 보낸 한 남성이 강원도 산골로 돌아와 포도밭을 일구고 있다. 39세의 이 농부는 자신이 언젠가 흙을 만지며 살게 될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고 말한다.
영월의 ‘일리아 팜’ 주인은 원래 패션 모델이었다. 이후 빛을 디자인하는 일을 배우려고 파리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숙박업을 거의 10년 동안 운영했다. 도시의 화려한 조명 속에서 살던 그가 지금은 밤하늘 가득한 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변화는 갑자기 찾아왔다. 세계적인 전염병이 퍼지면서 여행객들이 사라졌고, 그는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들른 영월의 밤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그곳에 머물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영월의 땅이 프랑스 유명 포도 지역과 비슷한 성분을 가지고 있고, 포도를 키우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었다. 농사 경험은 전혀 없었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고 시도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첫 번째 어려움이 금방 나타났다. 포도를 제대로 키우려면 여러 가지 도구가 필요한데, 일반 가게에서는 구하기 힘든 것들이 많았다. 세 갈래로 된 특수한 호미나 밤에 작업할 때 목에 거는 손전등 같은 것들이었다.
그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찾아냈다. 특히 목에 거는 조명은 너무 유용해서 여러 개를 더 샀고, 이웃 농가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줬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여러 가지를 시험해볼 수 있어서 정말 도움이 됐다”고 그는 말한다.
모델에서 농부로, 특별한 인생 여정
20대에는 런웨이를 걸었고, 그다음엔 조명을 공부했으며, 파리에서는 숙박 사업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포도를 키운다. “농사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던 사람이 이제는 좋은 포도를 만든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그는 전한다.
작은 규모의 밭에서 시작했지만, 품질 좋은 포도로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 손님들이 생겼다. 포도 한 송이 한 송이마다 잎을 정리하고 알을 골라내는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저에게는 마치 작품을 만드는 것 같은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우 힘든 일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요즘 농촌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30대 이하가 농촌으로 이주한 비율이 13.1%로 역대 가장 높았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이 젊은 농부들이 작은 규모의 도구나 원예 용품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작년에 그가 키운 포도는 모두 팔렸다. 이후 그는 청년 귀농 모범 사례로 선정되어 여러 행사에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농사를 시작한다는 건 결국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그는 강조한다. “많은 분들이 시골 생활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가지고 계시지만, 실제로는 아주 꼼꼼한 준비와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올해 포도 수확이 끝나면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직접 만든 식초와 술을 선보이기 위해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그의 두 번째 인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